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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상파의 디지털 Gatekeeper, pooq의 채널 무료화 선언


OTT 환경에서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pooq'이 채널 무료제공을 천명한데 이어서, 

'17년 7월 17일 오후부터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 50개 채널을 일반화질(SD)에 한해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및 상품 개편을 단행했다. 





TV에 '푹' 빠질라...지상파.종편 등 50개 채널 무료화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71709321799608



주력상품인 실시간 TV + 방송 VOD 이용권이 가격은 6,900원/월(정기결제 時)으로 동일하나, 실시간 방송 무료화에 대한 고객 혜택으로 VOD 10회 다운로드 이용권이 추가 제공되었다.

(기존에는 VOD 다운로드는 8,900원짜리 30회 이용권 포함 상품을 통해서만 제공했었다)


당연히 기존 실시간 TV 이용권(3,900원) 및 방송 VOD 이용권(5,900원)은 폐지되었다.



출처 : http://www.pooq.co.kr/voucher/index.html#guide



이에 앞서서 지상파에 대항하는 신흥세력인 CJ E&M은 1월에 자사 OTT 서비스인 'TVING'의 채널을 무료로 개방했다.


유료 상품에 가입하면 HD 화질로 채널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무제한 플러스라는 고가 요금제에서만 HD 화질로 채널을 볼 수 있는데, 상품 간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일 것 같다.




출처 : http://www.tving.com/pass/pass.do



어찌 되었든지, 디지털 환경에서 '실시간 채널' 은 '공짜'가 되어 버렸다.

프로그램을 진득하니 시청할 용의만 있으면 말이다.


2. 왜 pooq은 채널을 열었을까?


콘텐츠 제작자는 생산한 콘텐츠를 너무나 끔찍히 아끼기 때문에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TVING'은 그나마 CJ E&M이 디지털에 대한 이해수준이 높기 때문에 채널 무료화가 가능했던 것인데,

아직까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상파 3사가 유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은 사실 조금 의외의 결정이다.


어쨌든 채널을 열 수 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인을 살펴보자.


가. 놀부 pooq에게는 제비가 필요하다.


현재 'pooq'은 OTT 환경에서 지상파 실시간을 독점을 통해 급성장해왔지만, 최근에는 순증 규모가 월 1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 http://www.newspim.com/news/view/20161018000073



디지털 음원 서비스인 'Bugs'와 결합상품 출시 등 어떻게든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려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포털 등 수 많은 매체에서 지상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pooq'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할 이용자는 많지 않다.


갖은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가망고객에게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공짜'인 것이다.

제비가 호박씨를 가져다 물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나. 본편 시청이 뭐에요?


20대 중반 이하의 미디어 소비 패턴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Clip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20대 TV 시청행태에 대한 조사를 참고하면 TV 프로그램 중 가장 선호하는 예능장르 마저 본방사수는 40%에 미치지 못하며, Clip을 통해 노출된 후에 VOD 등으로 프로그램을 '복습'하는 패턴이 형성되어 있다.


느그 집에... TV없지?(대학내일 20대 TV시청행태 및 콘텐츠 이용실태조사 재인용)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79259


이러한 시청자의 반응은 지상파, 종편 및 CJ E&M의 Clip을 유통하는 'SMR(스마트미디어렙)'의 이용 증가세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초기인 '15년 1월 2억 뷰는 '16년 11월에는 8억뷰로 4배 증가하였고, 매출은 '15년 300억 수준에서 '16년 말에는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그램 단위로 살펴보면 10대에서 대화에 끼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쇼미더머니5>는 '16년 5월에 시작된지 이틀만에 5백만 뷰 이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미 OTT 서비스가 정교화게 산업회되어 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10~20대를 대상으로 아예 20분 이하의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Millennials 세대들을 위한 글로벌 OTT의 탄생, "fullscreen", 제 2의 MTV Generation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fullscreen 

http://www.youshouldbesmart.com/2016/05/z-millennials-ott-fullscreen-2-mtv.html


이렇게 5년, 10년이 지나 성인이 되면 올드한 50분 구성물을 시청할 리가 없기에, 시청의 허들을 제거해서라도 회차별로 시청하는 습관을 학습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3. 무료 전략은 성공을 가져다 줄까?


'pooq'도 당연히 'TVING'의 트래픽, 유료가입자 전환율과 광고매출을 면밀히 살피면서 저울질 한 결과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섰고, 이번에 행동에 과감히 행동에 옮겼을 것이다. 그 어려운 대주주간의 합의를 겨우 이루어 가면서 말이다.


단기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가입자와 매출을 상승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잠재) 이용자들에게 'pooq'을 확실히 각인시켜서 향후 국내 OTT 플랫폼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공짜'라는 카드를 꺼내는 순간, 다시 돈을 받을 수는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공짜' 채널 전략은 방송사들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과 송출에 투입되는 비용을 시청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수주하여 벌충해왔다. 지난 70년 동안 무난하고 성공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영역에서는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송출비용이 고정적인 기존 방송환경에 반해, 디지털 환경에서는 가입자 증가분 만큼 송출서버 및 전용선 확충 등 비용이 증가한다.


유입되는 트래픽으로 광고매출을 일으켜서 위 비용을 감당하려면, 충분히 광고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체력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200만 UV도 미치지 못하는 'pooq'이 그러한 위치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으로는 지상파 광고에 같이 패키징 하여 판매하는 것인데 이 경우 당초 기대한 수준의 매출규모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채널 무료화를 통한 핵심 BM은 VOD 판매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널 무료시청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VOD 구매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해서 다시 고객에게 과금을 시도하는 건 사실성 불가능하다. 

세상 그 어떤 사업자도 '공짜'로 주던 서비스에 다시 가격표를 다시 붙이면서 겪게 되는 난리를 쉽게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널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을 유료 가입자 전환(장기적으로 VOD 이용률 증대)로 연계시켜야 이번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실시간 채널을 뿌리는(?) 사업모델과 마케팅은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게 되었다.

모든 사업자가 확실한 콘텐츠 차별화를 이루든지 아니면 엄청난 마케팅 역량(상품PKG, 프로모션)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앉았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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